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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립선언문

한국의 사회과학,
그 지식생산의 현상과 진단

     권위주의 체제 하의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변동의 다이내믹, 탈냉전 시대에도 국제정치의 결전장이기를 멈추지 않는 지정학적 조건, 1987년에서 2017년으로 이어지는 “광장의 정치”, 분배악화 속에 이루어지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실험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그야말로 사회과학의 보고(寶庫)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한국의 사회과학은 대중과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에 답하기는커녕 제대로 접근조차 못하는 실정입니다. 기득권 구조에 편승한 학문의 철저한 분과화, 성과주의 확산에 따른 논문기술자의 양산, 정치·경제논리에 따른 아카데미즘의 왜곡 등이 그 원인일 것입니다.

     개별의 단순합이 결코 전체일 수 없듯이, 분과학문의 병렬적 배열이 사회과학을 구성하지는 못합니다. 형식적인 틀에 맞춘 안전한 학술적 글쓰기는 사회과학 본연의 창의적 지성을 억압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정치적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균형 잡힌 아카데미즘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개인의 행위와 사회적 구조가 맞닿는 곳에서 사회과학이 성립하듯이, 사회과학자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분과학문의 경계 가로지르기가 만나는 지점에서 한국사회과학회는 그 존재의의를 찾으려 합니다. 편의적인 구획과 글쓰기 형식을 넘어서기, 한국사회 고유의 문제와 정면으로 맞서기, 학문적 성과에 기초한 사회정책적 의제 제시 등을 목표로 합니다. 기존의 관행을 떨쳐낸 학회 내부의 민주적 의사결정구조를 지향합니다. 뜻을 같이 하는 여러분의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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